[교육정보] 인공지능 시대, 딥 러닝을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
작성시간 : 2022-08-05(16:37) / 작성자 : 책나무 관리자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의 '인공지능(AI)' 학습 방식 '딥 러닝(deep learning)'은 인간 뇌의 신경망을 본떠 만들었다.
딥 러닝이란 인공지능이 사진과 같은 외부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의미를 찾는 학습 과정.
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컴퓨터에 수천만 장의 개와 고양이 사진을 입력한다. 1단계에서는 사진 밝기만 구별하고, 2단계에서 윤곽선을 구별하는 등 수십 단계를 거치면 점점 복잡한 형태를 구분할 수 있게 되고, 나중에 고양이 사진을 보고 이를 자동으로 '고양이'로 분류한다. 인간의 뇌에서 이뤄지는 정보 처리 과정을 모방했다. 신경망이 깊으면 깊을수록, 다시 말해 학습 단계가 세분될수록 인공지능의 성능이 향상되기 때문에 '딥 러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면 인간의 '딥 러닝'을 위해 필요한 활동과 과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뇌가 완성되는 시기인 어린 시절 독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인간의 뇌 발달에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s)'가 있는데, 그 시기는 대체로 생후 8개월부터 6세 이전이다. 이 시기에는 뇌가 새로운 자극을 받아 학습하거나 기억할 때 세포들이 서로 연결돼 뇌의 신경 회로를 형성하는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딥 러닝(deep learning)'의 원조인 인간은 3~5세에 언어적 발달이 특히 왕성해지고 책을 접하면서 정서적 유희와 즐거움, 사고력과 판단력의 체계가 잡히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알파고(AlphaGo)'가 따라올 수 없는 무수한 상상의 나래로 딥 러닝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시기란 것이지요."
어린이와 청소년의 심리·행동·정서를 연구해온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영·유아와 어린이들의 책 읽기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길러줘 어린이의 평생 행복을 결정하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서 '내 아이의 평생 행복을 결정하는 아이의 뇌'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의 보고인 책 읽기의 세계로 아이들을 안내하자"며 독서의 중요성을 알린 바 있다.
김 교수는 일본 도호쿠대학의 류타 교수의 연구를 인용,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뇌의 가장 앞부분인 전전두엽에서 나온다"며 "그런데 책을 읽게 되면 전전두엽을 많이 사용하게 돼 상상력이 길러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생후 8개월부터 6세 이전 이후로 속도는 조금 더뎌지지만 초등학교 5~6학년인 만 12세까지는 뇌 신경 회로의 숫자가 늘어난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책을 읽고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하는 고차원적 이해력, 사고력이 뛰어난 아이로 키우려면 적어도 만 12세 이전에 독서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좋다"며 "이 시기에 받아들인 자극을 가지고 평생 사용할 뇌 신경망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심지어 "갓난아기에게도 책을 읽혀야 한다"는 주장(미국 소아과학회)까지 나온다. 미국 소아과학자 페리 클라스는 "책을 많이 읽어줄수록 더 많은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고 결국 뇌를 창의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국에선 아기를 출산한 뒤 산모의 가정에 방문하는 간호사를 통해 책 선물을 해주는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이 유명하고, 미국에서도 미국판 '북스타트' 운동인 'ROR(Reach Out and Read)' 운동을 펼친다. 미국 보스턴의대 소아과 의사들이 시작한 이 캠페인은 만 6개월부터 5세까지 소아과를 찾은 아이들에게 단계별로 알맞은 책을 골라주고 부모에게 책 읽어주는 법을 설명해준 뒤 책을 나눠주는 것이다.
영·유아기뿐 아니라 전(全) 연령에 걸쳐 독서는 중요하지만, 특히 뇌의 외형적 발달이 거의 완성돼 성인과 같은 수준이 되는 만 12세 무렵(스카몬 성장곡선)까지는 독서 습관을 지 책을 많이 접하지 못하면, 어휘력이 달려 책을 더 멀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마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간은 독서와 같은 학습 과정을 통해 인간 고유의 딥 러닝을 해야 미래에 살아남을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대표적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현재 초·중학교 학생들은 미래에 어쩌면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큰데 이들을 인공지능이 도달할 수 없는 창의적·감성적 분야의 인재로 키우는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알파고가 인간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받아들인 방대한 정보를 흡수만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수없이 가상 대국을 펼쳐보는 '셀프 시뮬레이션'을 했기 때문"이라며 "인간은 인공지능이 가상 대국하듯 고전(古典) 등 책 읽기를 통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사고를 넓혀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