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없이 답만 복사하는 AI 시대, 아이들의 주도적 학습은?
작성시간 : 2026-01-26(17:37) / 작성자 : 책나무 관리자
기술이 인간의 생각을 대체하고 있다. 빠른 생성형 AI 보급과 AI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아이들은 당연하게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모르는 문제를 묻고, 수행평가와 숙제까지 맡긴다. 취미에도 AI가 빠질 수 없다. 알고리즘에 의존한 숏폼은 쉴 틈도 없이 재생되고, 시시콜콜한 고민부터 의사 결정까지 AI에 맡기고 답을 수용한다.
바야흐로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시대다.
기술이 인간의 생각조차 대체하는 편리한 세상, 정말로 문제가 없을까?
최근 MIT 미디어랩 연구팀은 AI 도구를 많이 사용할수록 인간의 뇌 기능이 점차 약해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생들을 AI 언어 모델 도구를 사용한 그룹과, 검색 엔진만 사용한 그룹, 아무런 기술적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에세이 작성 과제를 수행하게 했을 때, 아무런 도구도 사용하지 않은 그룹이 가장 활발하고 다채로운 뇌 연결성을 보여주었으며, 특히 학기 중 과제와 학습에 있어 AI 프로그램을 지속 사용한 대학생 그룹은 기억력, 창의력, 과제에 대한 흥미도와 책임감 지표가 낮게 나타났다.
2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 ‘OECD 디지털 교육 전망 2026’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 내에서 튀르키예, 중국, 미국 등지에서 진행된 관련 연구를 종합한 결과 AI 도구 사용이 학습 성취로 이어지지 않았다. 튀르키예 고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수학 수업 6시간 동안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교과서, 일반적인 AI 챗봇, 교육용으로 개발된 AI 챗봇 등 세 가지 수단으로 공부한 결과를 각각 비교했다. 교육용 AI 챗봇은 즉각적인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학습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후 교재나 AI 사용을 제한하고 시험을 보았을 때, AI 챗봇으로 공부한 이들의 정답률은 교과서 학습자보다 17%나 낮았다. 교육용 AI 챗봇의 경우에는 교과서 학습자와 같은 결과를 보였다.
같은 보고서 내에서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도 있다. 혼자 글을 읽고 수정하거나 인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은 AI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영어 에세이를 고친 학생들보다 에세이 평가 및 관련 내용시험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글쓰기를 퇴고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소통한 학생들은 피드백을 평가하고 반영하는 등 주체성을 보였지만, AI를 활용한 학생들은 질문 즉시 AI가 제공한 답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게으름’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AI와 알고리즘 노출에 취약한 어린 시절부터 ‘AI’의 부작용과 한계를 이해하고, AI를 과하게 의존하거나 무조건 수용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개인적인 비판적 사고력을 유지한 채 나만의 결과물을 만드는 등 전략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역량을 강조한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중·고등학교 수행평가 관리에서 AI가 생성한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제출하거나, 답안을 그대로 내는 행위가 금지되며, 제출 시 풀이 과정과 사용한 AI 프롬프트를 적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결과로 인한 학생의 학습 능력 퇴화를 우려한 것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우리의 생활 전반에 AI가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는 만큼, AI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 과정을 의도적으로 단축하는 환경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분리하는 시간과 노력,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꼼꼼하게 따지고 비판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내 생각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결국 과제 수행에 수반되는 학습 과정까지 AI에게 맡겨서는 안 될 것이다.
스스로 읽고 쓰면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힘.
아이가 주도적으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능력이다.